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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는 행복, 아가야

난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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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4-05 15:14

얼마 전 필자를 찾아온 그녀는 청각·시각적으로 장애가 있는 난임 여성입니다. 그녀는 오로지 엄마가 되고 싶은 간절한 소망 하나 때문에 그 불편한 몸으로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타며 본 단체(한국난임가족연합회)에까지 방문한 것이죠. 본 단체에서 매월 진행하는 DDM(D라인을 꿈꾸는 맘들의 모임)은 난임극복을 위한 교육과 상담을 지원하는 자조모임 성격의 프로그램입니다.

아마 이맘때쯤이면 그녀는 시술 진행 중일 것이고, 불편한 몸이지만 엄마가 되고 싶은 강한 의지로 분명 고군분투하고 있을 것입니다. 시술에 들어가게 되면 개인차에 따라 시술방법을 달리하기도 하는데요. 그녀는 장기요법으로 진행한다고 합니다.

장기요법시술은 생리예정일 7~10일 전에 배주사를 맞고 생리 3일째 과배란유도주사 등을 맞아야 하는 힘든 과정입니다. 그러니까 ➊배주사(생리예정일 7~10일 전부터) ❷과배란유도호르몬주사(난자 채취 전까지 약 10일~12일 소요) ➌착상관여주사(10일 이상)를 장시간 맞아야 하는 것이니 시력이 안 좋은 그녀는 배주사를 놓는 것부터가 어렵습니다. 그녀는 시술 시작 전에 이러한 불편을 해소할 방법을 찾기 위해 보건소에도 문의해보고 주사를 놔줄 동네 병원도 알아봤지만 곧 포기하고 맙니다. 행정에서 돌아오는 답변은 역시 '어렵다', '안 된다'뿐이었으니까요. 그러니 장애가 있으면 대한민국에서 엄마가 되는 길은 결코 만만치 않다고 하소연을 합니다. 그녀는 엄마가 돼보고 싶을 뿐인데 말이죠.

독자분들도 이쯤에서 눈치채셨죠? '건강한 사람도 아이 낳고 키우는 것이 만만치 않은데 장애가 있는 분이 어떻게 아이를 낳고 키우겠다는 거지?' 아시다시피 아이만 낳는다고 해서 모든 일들이 해결되는 것이 아니잖아요. 하여, 그녀는 임신을 해도 아이를 낳는 순간까지 긴장과 주변의 도움이 없으면 어려움이 많을 것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친정과 시댁이 모두 그녀의 집 근처에 있고, 아이를 낳으면 도움을 주시기로 했다고 하니 든든한 지원군이 아닐 수 없습니다. 참 다행입니다. 이렇듯 난임을 극복하고자 하는 길은 만만치 않아 보입니다. 그러한 그녀의 의지와 노력에 필자도 무조건 응원과 조력을 지원하고자 합니다.

지난 10년간 정부난임사업의 수혜로 무려 14만 1583명이 태어났습니다. 이러한 결실은 본 단체의 노력이 있었고 정부의 청취도 있었기에 나온 결과물이 아닐까 싶습니다. 힘을 합칠수록, 공을 들일수록, '저출산'이 아닌 '더 출산'으로 이어가는 빛을 발하는 것입니다. 우리들의 따뜻한 지지와 응원, 소통이 있다면 난임가정의 기(氣)를 살려내는 일은 어렵지 않습니다. 이에 국가는 좀 더 나아가서 섬세하고 체계적인 아이 낳는 환경조성을 적극 고민해주시길 바랍니다.

난임극복통합관리지원체계는 각각의 관련 전문영역이 의료적, 심리적, 정서적 지원 환경에서 의미 있는 좋은 성과가 나오도록 조력하는 것이므로, 이 영역들을 통합적인 시스템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입니다. 그간 난임부부가 하염없이 희망고문이라는 고통의 시간들을 홀로 견뎌왔습니다. 오늘도 내일도 모레도 난임부부는 부모가 되고 싶습니다. '시작되는 행복, 아가야'가 아장아장 난임가정으로 찾아갈 수 있도록 따뜻한 응원과 격려 주십시오.

*칼럼니스트 박춘선은 2005년 불임 대신 난임이라는 용어를 창안 캠페인하며, 전국 서명운동을 통해 정부와 국회에 청원해 정부 난임지원에 관한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모자보건법상 용어를 ‘난임’으로 개정해 난임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데 지속적으로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현재 (사)한국난임가족연합회 회장이며 난임극복교육전문가, 난임상담가이며 국회포럼1.4 저출산대책자문위원, 심평원 난임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아동복지증진에 기여한 공로로 2018년 국무총리상을 수상했다. 고려대학교 일반대학원에서 보건학석사 학위를 받았다.

출처 : 베이비뉴스(https://www.ibab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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